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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은 사라지고
‘금수저에서 흙수저 이야기’가 넘치고 그리고 헬조선까지..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가난한 직장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풀죽은 현대인으로 기린이 되어 현실로 돌아오기를 거부한다.
상고를 다니는 학생인 나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곳에서 ‘나의 산수(가난 하게 살 수밖에 없는 운명’를 알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고등학생인 ‘나’를 서술자로 설정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사회는 소유한 부의 크기가 세습되는 사회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비정규직이거나 그조차 얻지 못할 뿐이다.
상위 계층이 부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하위 계층은 삶이 아닌 생존이 문제가 되는 시대이다. 특히 IMF 사태 이후 하위 계층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박민규의 소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공부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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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강의는 교과서를 미리 보거나, 블로그에서 해설 자료를 만난 후 들으면 더 도움이 됩니다.
가난한 아버지들의 동화 https://youtu.be/GB4ARQWxb60
가난한 아버지는 말했다. https://youtu.be/br5VCF4b-zI
작품 읽기
나의 산수
화성인들은 좋겠다. 그해 여름은 너무 무더워, 나는 늘 그런 상념에 젖고는 했다. 상고(商高)의 여름 방학은 생각보다 길어서, 그런 상념에라도 빠지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긴긴 여름, 게다가 나는 여러 일터를 전전했다. 오후엔 주유소에서, 또 밤에는 편의점에서. 있으나 마나 한 여자애들이 일터마다 있긴 했지만, 있으나 마나 했으므로 지루하긴 마찬가지였다. 비하자면 수성과 금성과, 있으나 마나인 별들을 지나, 지구까지 오던 태양 광선이 나 같은 기분이었을까? 덥지도 않고, 멀고 먼, 화성.
일터를 돌다 보면 별의별 일들을 겪게 마련인데, 모쪼록 그해의 여름이 그러했단 생각이다. 주유소에선 시간당 천오백 원을, 편의점에선 천 원을 받았으므로 나는 늘 불만이 가득했다. 그게 그러니까, 시작 때완 달리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편의점의 사장은, 이러면서 세상을 배운다 ─ 라고 말했지만, 이천 원씩 받고 배우면 어디가 덧나나? 뭐야, 그럼 당신 자식에겐 왜 팍팍 주는데? 를 떠나서 ─ 못해도 이천 원 정도의 일은 하고 있다고 나는 늘 생각했다. 글쎄 천 원이라니. 덥기만 덥고, 짜디짠, 지구.
코치 형이 가게를 찾아온 것은 그 무렵의 새벽이었다. 어떠냐? 좋아요. 편의점 알바 역시 코치 형의 소개로 얻은 것이므로, 좋다고밖에는 말할 도리가 없었다. 지역의 알바 정보를 한 손에 쥐었다고 할까, 아무튼 그래서 후배들에게 일자릴 소개하고 요모조모 코치하길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이 얼마나 요긴한가, 나는 카프리썬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제 돈으로 사는 거예요. 웃으며 말은 했지만 알고나 드세요, 제 인생의 이십오 분이랍니다. 시계를 쳐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지금 일하는 덴 사장이 꼴통이라서 말이야……. 오늘도 여자애 허벅질 만졌지 뭐냐……. 나 참……, 그래도 되는 거냐? 되고 말고를 떠나, 허벅질 만진다면 시간당 만 원은 줘야 되는 게 아닌가, 나는 생각했다. 만지는 게 나쁜 게 아니다. 그러고 고작, 천 원을 주는 게 나쁜 짓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너 푸시업 잘하냐? 푸시업이라뇨? 팔 굽혀 펴기 말이다. 무조건 잘한다고 나는 대답했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건, 그때도 이미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페이가 세. 시간당 삼천 원인데……, 대신 몸이 좀 힘들어. 삼천원이오? 앞뒤 잴 것도 없이, 시간당 삼천 원이란 말에 귀가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내 주변에 그런 고부가 가치 산업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제의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갑자기 확, 고도 산업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 느낌이었다. 좋구말구요. 비하자면 수성과 금성과 지구를 지나, 비로소 화성에 다다른 태양 광선이 바로 나 같은 기분일까? 있으나 마나에 받으나 마나, 지구여 안녕.
그런 이유로, 나는 푸시맨이 되었다. 좋은 점은 전철을 공짜로 탄다는 것, 팔힘이 세진다는 것, 게다가 다른 알바에 전혀 지장을 안 준다는 거야. 이를테면 여기 일을 마친 다음 슬슬 역에 나가 ‘한 따까리’하면 그만이란 거지. 깔끔해. 공사 소속이니 지불 확실하지, 운동이 되니 밥맛도 좋아, 그러니 잠 잘 자고 주유소 일도 계속하고……. 코치 형의 코치가 쉬지 않고 이어진 것도 까닭은 까닭이었지만 ─ 다른 무엇보다 이유는 삼천 원이었다. 요는 짧고 굵게 번다, 이거군요. 그런가?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까 모르겠군. 코치 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확실히 그런 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산수(算數)다. 웃건 말건, 세상엔 그런 산수를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있게 마련이다.
미안하구나.
아버진 그렇게 얘기했다. 또 그 소리. 내가 일만 한다 하면 늘 같은 소리였다. 처음엔 들을 만했는데, 결국 들으나 마나가 돼 버린 지 오래다. 나이 마흔다섯에 시간당 삼천오백 원, 즉 그것이 아버지의 산수였다. 여하튼 무슨 상사(商社)에 다녔는데, 여하튼 ‘무슨 상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직장이었다. 딱 한 번 나는 그곳을 찾아간 적이 있다. 중학생 때의 일인데 도시락을 갖다 주는 심부름이었다. 약도가 틀렸나? 엄마가 그려 준 약도를 몇 번이고 확인하며, 근처의 골목을 서성이고 서성였다. 간신히 찾아낸 아버지의 사무실은 ─ 여하튼 그곳에 있기는 한, 그런 사무실이었다. 쥐들이 다닐 것 같은 어둑한 복도와, 형광등과, 칠이 벗겨진 목조의 문. 혹시 외국(外國)인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곳이었다. 깜짝이야, 그런 단어가 머릿속에 있었다니. 넉넉한 환경은 아니어도, 제법 메탈리카 같은 걸 듣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세상은 뭔가 이에스피(ESP) 플라잉 브이(메탈리카가 사용한 기타의 모델명)와 같은 게 아닐까, 막연한 생각을 나는 했었다. 했는데, 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꼬박꼬박 도시락만 먹어 온 얼굴의 아버지가 가냘픈 표정으로 사무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원래 좀 노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 나는 조용한 소년이 되어 버렸다. 뭐랄까, 그때는 몰랐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 ‘나의 산수’와 같은 게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랬다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아니었으며, 누구를 원망할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말 그대로 수(數)였던 것이다. 말수가 줄어든 대신, 나는 열심히 알바를 하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야, 세상은 한 방이야. 어울리던 친구들이 안쓰럽단 투로 말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결국 이들도, 같은 산수를 할 수밖에 없단 사실을. 넌 뭘 할 건데? 나? 글쎄 요샌 연예계가 어떨까 싶어.
인간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산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물론 세상엔 수학(數學) 정도가 필요한 인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삶은 산수에서 끝장이다. 즉 높은 가지의 잎을 따 먹듯 ─ 균등하고 소소한 돈을 가까스로 더하고 빼다 보면, 어느새 삶은 저물기 마련이다, 디 엔드다. 어쩌면 그날 나는 ‘아버지의 산수’를 목격했거나, 그 연산(演算)의 답을 보았거나, 혹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즉 그런 셈이었다. 도시락을 건네주고, 산수를 받는다. 도시락을 건네주고, 산수를 받았다. 그리고 느낌만으로 ‘아버지 돈 좀 줘.’와 같은 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참으로, 나의 산수란.
미안하구나. 아버지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아버지, 이건 나의 산수예요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기 적금 정기 적금, 또 한 통의 자유 적금. 시급 천오백 원과 천 원이 따로따로 쌓여 가는 통장들을 생각하면, 세상에 힘든 일은 없었다. 말할 것 같으면, 내 주변은 주로 그랬다. 코치 형만 해도 통장이 다섯 개다. 코치 형네엔 아버지가 없지만, 우리 집처럼 병든 할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쌤쌤이다. 어머닌 식당 일을, 그 외엔 말을 안 해 더 이상은 모르겠다. 들은 바, 중학생 때의 코치 형은 본드로 유명한 소년이었다, 한다. 그 무렵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래, 누구나 자신의 산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거겠지. 그러니까
나의, 산수.
뒷부분 줄거리
‘나’는 계속 푸시맨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관찰하며 사회생활에 적응해 간다. 그러던 중 ‘나’의 어머니가 과로로 쓰러지고, 아버지는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자 집을 나간다. 얼마 후 어머니가 퇴원하고, ‘나’는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낸다. ‘나’는 여름 방학이 끝난 후에도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의 산수’에 따라 가족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아버지라고 생각되는 기린을 만나 집안의 근황을 들려준다.
감상하기
나의 산수
산수와 수학
초등학생 더 높은 학생,
하위층 상위층
화성인들은 좋겠다.
현실을 벗어난 곳
현실에 대한 불만의 우회적 표현
그해 여름은 너무 무더워, 나는 늘 그런 상념에 젖고는 했다. 상고(商高)의 여름 방학은 생각보다 길어서,
상업고등학교
그런 상념에라도 빠지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루함을 느껴서
긴긴 여름, 게다가 나는 여러 일터를 전전했다.
어려운 주인공의 처지
오후엔 주유소에서, 또 밤에는 편의점에서. 있으나 마나 한 여자애들이 일터마다 있긴 했지만, 있으나 마나 했으므로 지루하긴 마찬가지였다. <비하자면 수성과 금성과, 있으나 마나인 별들을 지나, 지구까지 오던 태양 광선이 나 같은 기분이었을까? 덥지도 않고, 멀고 먼, 화성>.
쉼표의 빈번한 사용>지루함을 달래고 리듬감으르 느끼게 함
< > 지루하고 답답한 기분을 재치 있게 표현함
일터를 돌다 보면 별의별 일들을 겪게 마련인데, 모쪼록 그해의 여름이 그러했단 생각이다. 주유소에선 시간당 천오백 원을, 편의점에선 천 원을 받았으므로 나는 늘 불만이 가득했다.
낮은 급료
그게 그러니까, 시작 때완 달리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심리
편의점의 사장은, 이러면서 세상을 배운다 ─ 라고 말했지만, 이천 원씩 받고 배우면 어디가 덧나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비판적 인식
뭐야, 그럼 당신 자식에겐 왜 팍팍 주는데? 를 떠나서 ─ 못해도 이천 원 정도의 일은 하고 있다고 나는 늘 생각했다. 글쎄 천 원이라니. 덥기만 덥고, 짜디짠, 지구.
부당한 현실을 재치있게 표현
발단1: 적은 보수를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
코치 형이 가게를 찾아온 것은 그 무렵의 새벽이었다.
나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
어떠냐? 좋아요. 편의점 알바 역시 코치 형의 소개로 얻은 것이므로, 좋다고밖에는 말할 도리가 없었다.
대화를 따옴표가 아니라 문장에 삽입>자연스러움
지역의 알바 정보를 한 손에 쥐었다고 할까, 아무튼 그래서 후배들에게 일자릴 소개하고 요모조모 코치하길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이 얼마나 요긴한가, 나는 카프리썬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제 돈으로 사는 거예요. 웃으며 말은 했지만 알고나 드세요, 제 인생의 이십오 분이랍니다.
833원, 사소한 것도 돈으로 따져야 하는 어려운 처지
시계를 쳐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지금 일하는 덴 사장이 꼴통이라서 말이야……. 오늘도 여자애 허벅질 만졌지 뭐냐…….
사장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비판적 의식
나 참……, 그래도 되는 거냐? 되고 말고를 떠나, 허벅질 만진다면 시간당 만 원은 줘야 되는 게 아닌가, 나는 생각했다. 만지는 게 나쁜 게 아니다. 그러고 고작, 천 원을 주는 게 나쁜 짓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추행을 도덕적으로 문제삼지 않고 돈을 적게 주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돈의 가치를 최우선시함
그건 그렇고, 너 푸시업 잘하냐? 푸시업이라뇨? 팔 굽혀 펴기 말이다. 무조건 잘한다고 나는 대답했다.
일자리를 얻으려고
그래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건, 그때도 이미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페이가 세. 시간당 삼천 원인데……, 대신 몸이 좀 힘들어. 삼천원이오? 앞뒤 잴 것도 없이, 시간당 삼천 원이란 말에 귀가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돈이 중요하기에
내 주변에 그런 고부가 가치 산업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제의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갑자기 확, 고도 산업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 느낌이었다.
재치 있는 표현
좋구말구요. 비하자면 수성과 금성과 지구를 지나, 비로소 화성에 다다른 태양 광선이 바로 나 같은 기분일까? 있으나 마나에 받으나 마나, 지구여 안녕.
지구에 까까울수록 나쁜 상황
그런 이유로, 나는 푸시맨이 되었다.
출근길 지하철 승객을 밀어주는 사람
좋은 점은 전철을 공짜로 탄다는 것, 팔힘이 세진다는 것, 게다가 다른 알바에 전혀 지장을 안 준다는 거야. 이를테면 여기 일을 마친 다음 슬슬 역에 나가 ‘한 따까리’하면 그만이란 거지.
자질구레한 심부름
깔끔해. 공사 소속이니 지불 확실하지, 운동이 되니 밥맛도 좋아, 그러니 잠 잘 자고 주유소 일도 계속하고……. 코치 형의 코치가 쉬지 않고 이어진 것도 까닭은 까닭이었지만 ─ 다른 무엇보다 이유는 삼천 원이었다. 요는 짧고 굵게 번다, 이거군요.
나에게 필요한 것, 돈, 나의 가치관 돈
그런가?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까 모르겠군. 코치 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확실히 그런 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산수(算數)다.
살아가기 위한 계산
웃건 말건, 세상엔 그런 산수를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있게 마련이다.
발단2: 푸시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됨
미안하구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자책감
아버진 그렇게 얘기했다. 또 그 소리. 내가 일만 한다 하면 늘 같은 소리였다. 처음엔 들을 만했는데, 결국 들으나 마나가 돼 버린 지 오래다. 나이 마흔다섯에 시간당 삼천오백 원, 즉 그것이 아버지의 산수였다.
박봉에 시달리는 아버지의 삶
여하튼 무슨 상사(商社)에 다녔는데, 여하튼 ‘무슨 상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직장이었다.
회사의 종류
딱 한 번 나는 그곳을 찾아간 적이 있다. 중학생 때의 일인데 도시락을 갖다 주는 심부름이었다. 약도가 틀렸나? 엄마가 그려 준 약도를 몇 번이고 확인하며, 근처의 골목을 서성이고 서성였다. 간신히 찾아낸 아버지의 사무실은 ─ 여하튼 그곳에 있기는 한, 그런 사무실이었다. 쥐들이 다닐 것 같은 어둑한 복도와, 형광등과, 칠이 벗겨진 목조의 문.
열악한 환경
혹시 외국(外國)인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곳이었다. 깜짝이야, 그런 단어가 머릿속에 있었다니. <넉넉한 환경은 아니어도, 제법 메탈리카 같은 걸 듣던 시절이었다>.
헤비메탈 밴드
< > 즐길 건 즐기며 사는 나
그래도 세상은 뭔가 이에스피(ESP) 플라잉 브이(메탈리카가 사용한 기타의 모델명)와 같은 게 아닐까, 막연한 생각을 나는 했었다.
현실에 대한 낭만적 생각
했는데, 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꼬박꼬박 도시락만 먹어 온 얼굴의 아버지가 가냘픈 표정으로 사무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아버지의 삶에 대한 연민
전개1: 아버지의 비루한 삶 목격
원래 좀 노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 나는 조용한 소년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삶을 본 이후 삶의 변화
뭐랄까, 그때는 몰랐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 ‘나의 산수’와 같은 게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는 깨달음, 철없는 소년에서 현실에 적응하려는 태도
아마도 그랬다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아니었으며, 누구를 원망할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말 그대로 수(數)였던 것이다. 말수가 줄어든 대신, 나는 열심히 알바를 하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살고자하는 나의 노력
야, 세상은 한 방이야. 어울리던 친구들이 안쓰럽단 투로 말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한탕주의에 빠진 친구들
결국 이들도, 같은 산수를 할 수밖에 없단 사실을.
현실에 대한 깨달음
넌 뭘 할 건데? 나? 글쎄 요샌 연예계가 어떨까 싶어.
허황하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인간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산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물론 세상엔 수학(數學) 정도가 필요한 인생도 있겠지만,
상위 층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
대부분의 삶은 산수에서 끝장이다.
하위층의 삶
즉 높은 가지의 잎을 따 먹듯 ─ 균등하고 소소한 돈을 가까스로 더하고 빼다 보면, 어느새 삶은 저물기 마련이다,
산수만 필요하다, 노력으로 변하지 않는 현실 인식
디 엔드다. 어쩌면 그날 나는 ‘아버지의 산수’를 목격했거나, 그 연산(演算)의 답을 보았거나,
계산
혹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난이 대물림 되는 현실
즉 그런 셈이었다. 도시락을 건네주고, 산수를 받는다. 도시락을 건네주고, 산수를 받았다. 그리고 느낌만으로 ‘아버지 돈 좀 줘.’와 같은 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참으로, 나의 산수란.
미안하구나. 아버지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아버지, 이건 나의 산수예요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기 적금 정기 적금, 또 한 통의 자유 적금. 시급 천오백 원과 천 원이 따로따로 쌓여 가는 통장들을 생각하면, 세상에 힘든 일은 없었다.
돈을 버는 방법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적응해 나감
말할 것 같으면, 내 주변은 주로 그랬다. 코치 형만 해도 통장이 다섯 개다. 코치 형네엔 아버지가 없지만, 우리 집처럼 병든 할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쌤쌤이다. 어머닌 식당 일을, 그 외엔 말을 안 해 더 이상은 모르겠다. 들은 바, 중학생 때의 코치 형은 본드로 유명한 소년이었다, 한다. 그 무렵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래, 누구나 자신의 산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거겠지. 그러니까
나의, 산수.
전개2: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산수가 있음을 깨닫고 변화함
뒷부분 줄거리
‘나’는 계속 푸시맨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관찰하며 사회생활에 적응해 간다. 그러던 중 ‘나’의 어머니가 과로로 쓰러지고,
새로운 사건 현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음
위기: 엄마의 입원
아버지는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자 집을 나간다. 얼마 후 어머니가 퇴원하고, ‘나’는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낸다. ‘나’는 여름 방학이 끝난 후에도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의 산수’에 따라 가족을 이끌어 간다.
절정: 아버지의 가출
그리고 ‘나’는 어느 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아버지라고 생각되는 기린을 만나 집안의 근황을 들려준다.
자본주의 현실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존재
기린의 눈동자가 어머니 병실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잿빛 눈동자와 닮았기 때문이다.
결말: 기린으로 변한 아버지의 만남
갈래
현대 소설, 단편 소설
성격
풍자적, 희극적, 환상적
특징
재치 있는 표현과 개성적 문체로 희극적인 재미를 보여줌
문단이나 문장 부호 등을 독특하게 사용
환상적 사건이 일어나는 결말로 상징적 의미를 표현
대화를 별도의 표기 없이 글 속에 자연스럽게 흘르가듯이 서술함
주제
자본 주의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
활동> ‘나’가 푸시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를 말해 보자.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
푸시맨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당 삼천 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활동> 아버지가 ‘나’에게 왜 자꾸 “미안하구나.”라고 말하였는지 생각해 보자.
고등학생인 ‘나’가 일을 하여 돈을 벌고 있다는 점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 때문
활동> ‘나의 산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해 보자.
자신의 경제적 수준, 혹은 경제적 계급을 의미
자신이 처한 상황, 한평생 일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적 삶의 위치(계급)
다음 표현을 중심으로 이 작품의 문체적 특징과 효과를 살펴보자.
•못해도 이천 원 정도의 일은 하고 있다고 나는 늘 생각했다. 글쎄 천 원이라니. 덥기만 덥고, 짜디짠, 지구.
•제의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갑자기 확, 고도 산업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 느낌이었다. 좋구말구요. 비하자면 수성과 금성과 지구를 지나, 비로소 화성에 다다른 태양 광선이 바로 나 같은 기분일까? 있으나 마나에 받으나 마나, 지구여 안녕.
활동>쉼표를 자주 사용하여 얻는 효과:
글을 읽을 때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글을 읽는 묘미가 생기게 한다.
짧은 의미 단위를 형성해서 지루함을 없애고 빠르게 읽게 만든다.
마치 적당히 숨을 가다듬으며 이야기하는 듯한 효과도 준다.
활동> ‘나’가 일하는 상황을 희극적으로 표현하여 얻는 효과:
감각적이고 재치 있는 희극적 표현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표현하는 효과
독자로 하여금 풍자하고 있는 요소를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든다
활동>다음 학생의 비평 글을 읽고, ‘나’의 삶의 방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써 보자.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매우 성실하다. 상고에 다니면서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저녁부터 아침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돈을 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공장의 기계처럼 묵묵히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자신의 산수를 생각하면서, 심지어 세상의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사장이 성희롱을 해도 시급을 더 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돈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힘든 푸시맨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돈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삭막하고 슬퍼질 것이다. ‘나’가 돈을 벌어 적금을 들고 가정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옳다고 생각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급급한 모습은 안타깝다. 인간은 하루만 살고 죽는 하루살이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내일을 향한 꿈이 있다. 그러므로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의 돈보다는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의 가난한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궁극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에 맞게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노는 아이였던 나는 가난한 가정 형편을 인식하고 난 후로는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현실적인 판단이며 올바른 것이다. 가정 형편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 노는 아이로 남았거나 친구들처럼 한방을 노리는 삶을 살아가려고 했다면 그의 가정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고, 어머니의 병과 아버지의 가출 속에서 그가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기에 어머니의 병원비를 해결하고 가족의 해체 없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이상이나 쾌락만을 추구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는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정상적으로 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금전적인 것을 추구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음료수의 값을 자신의 알바 시간으로 따지는 모습은 지나치게 돈을 따지는 태도로, 지나치게 계산적인 모습이다. 약간의 배려와 나눔의 정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자 아이의 허벅지를 만진 편의점 사장의 성 추행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단지 돈을 적게 받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윤리적인 면에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에 순응하기만 하는 ‘나’의 삶의 방식은 현재의 처지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는 모순된 구조 속에서 계속 살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현실에만 충실한 삶의 태도는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더 나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게 된다. 정의로운 사회는 그냥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시민들은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므로 ‘나’는 자신의 삶의 처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통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활동>다음은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이다. 작가가 기린의 출현이라는 환상적 장면을 도입한 의도가 무엇인지 토의해 보자.
기린이 아닌가. 그것은 정말 한 마리의 기린이었다. 기린은 단정한 차림새의 양복을 입고, 플랫폼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오전의 역사는 한가했고, 아무리 한가해도 그렇지 ─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지 뭐,의 표정으로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거야 원, 누군가 한 사람은 긴장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으로 나는 기린을 예의, 주시했다. 끄덕끄덕, 머리를 흔들며 걷던 기린이 코너 근처의 벤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앉았다. 그것은 그리고, 앉았다라고 해야 할 만큼이나 분리되고, 모션이 큰 동작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나는 기린이 아버지란 생각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미 통로를 뛰어가고 있었다. 사라지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
영채: 기린은 초식 동물로 목이 길고 커다란 눈망울 갖고 있어서 연약한 이미지, 슬픔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가족을 위해 고달픈 삶을 기린처럼 살아갔어. 하지만 아버지는 끝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피하여 기린으로 살아가고자 해. 이는 작가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 숨어 있어.
강산: 작가는 아버지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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